‘결핵’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결핵 퇴치를 위해서 크리스마스씰을 구입했던 옛날 일이 떠오르실 것 같고요. 결핵이란 병이 아직 우리 나라에 있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에요. 놀랍게도 우리 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 지난 26년간 결핵 발생률이 1위라고 합니다.
오늘 다룰 결핵 이야기는 사실 일반적인 결핵이 아닌, ‘잠복결핵’인데요. 저의 경험담에 근거하여 일반적인 결핵과 잠복결핵의 차이점, 잠복결핵의 원인, 검사, 치료, 치료 부작용에 대해서 정리해 드릴게요.
잠복결핵과 결핵의 차이점
결핵과 잠복결핵의 차이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활동성입니다. 결핵은 결핵균이 실제로 질병으로 나타난 상태를 말합니다. 잠복결핵과의 구분을 위해서 활동성 결핵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반면에 잠복결핵이란 환자의 몸에서 결핵균이 숨어 있지만, 균이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서 흉부 엑스레이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결핵균을 보유하고는 있어서, 결핵에 걸릴 가능성이 높지만, 결핵에 걸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본인이 결핵에 걸리지 않아서 전염을 일으킬 수 있는 분비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전염시키지도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결핵(=활동성 결핵)은 증상도 있고 전염성도 있는 상태이고요,
잠복결핵은 증상도 없고, 전염성도 없는 상태입니다.
잠복결핵 원인
잠복결핵의 원인은 과거 주변의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이 결핵에 걸렸을 때 결핵균이 몸 안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잠복결핵 진단을 받은 분들이 기억을 더듬어 보신다면, 주변에 생활을 같이 하거나,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과거에 결핵을 앓았던 적이 있을 거예요. 결핵환자들이 주변에 전염을 막고자 노력하더라도, 함께 거주하는 경우에 현실적으로 100% 결핵균의 전파를 막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결핵균 보균자가 되는 것이죠.
잠복결핵 검사
잠복결핵 검사는 보통 X-RAY 사진 상으로 폐에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부분이 있을 경우에 의사의 권유에 의해서 받게 됩니다.
또한 의료기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 신규 채용된 경우에도 잠복결핵 검사 결과지를 제출해야 합니다.
잠복결핵검사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1)투베르쿨린 피부반응 검사
팔의 안쪽에 투베르쿨린 용액을 주사한 후에 48~72시간이 경과한 다음 주사부위가 단단해지는 면역반응 정도를 측정합니다. 성인일 경우 부어오른 정도가 10mm이상이면 잠복결핵 양성으로 판정합니다.
이 검사 방법의 단점은 BCG 예방접종이나 비결핵성항상균 감염으로 인해 가짜 양성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2)인터페론 감마분비검사(혈액검사)
결핵균에 노출된 림프구들은 인터페론 감마의 분비능력이 높다는 점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검사대상자에게서 혈액을 채취하여 검사하게 됩니다.
잠복결핵 치료
잠복결핵 감염 이후 2년내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할 확률은 5%, 그 이후에 결핵이 발병할 확률은 5%입니다. 즉, 잠복결핵이 나중에 실제 결핵으로 발병할 확률을 총 10% 정도 입니다.
만약 잠복결핵 감염자가 치료를 받는다면, 결핵 발생 확률을 83% 가량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잠복결핵 감염자중에서 결핵 발병 위험이 높은 면역저하자 등에게는 의사가 약물치료를 권유하게 됩니다.
약물치료에는 일반적으로 다음의 3가지가 있습니다.
약 | 복용 기간 |
이소니아지드 | 9개월 |
리팜핀 | 4개월 |
이소니아지드 + 리팜핀 | 3개월 |
위 3가지 방법 중에서 어떤 치료법을 시행할 지는 환자의 여러가지 상태를 고려하여 의사의 판단하에 결정하게 됩니다.
투약 도중에 흉부 엑스레이를 정기적으로 찍어서 치료의 경과를 관찰하기도 하고요.
잠복결핵 치료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하기 때문에 개인의 부담금은 전혀 없습니다.
잠복결핵 치료제 부작용

잠복결핵약은 수 개월에 걸쳐서 장기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피로감, 위장장애, 두드러기, 간독성 등이 있습니다.
잠복결핵약 복용 환자의 10~20%가 경미한 간기능 이상이 생긴다는 보고가 있으며, 1%정도는 심각한 간 손상을 입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잠복결핵 보균자로 진단되더라도, 65세 이상의 환자에게는 잠복결핵약 복용을 강하게 권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환자가 치료약 복용을 통해서 얻는 이익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잠복결핵 치료 확인서
잠복결핵약 복용을 마친 후에는 별도의 검사를 하진 않습니다. 복용을 성실히 마친 경우에는 잠복결핵 치료가 잘 된 것으로 보고 치료받은 병원에서 잠복결핵 치료 확인서를 발급해 줍니다.
나의 잠복결핵 치료기
저는 취업을 위해서 잠복결핵 검사를 받았다가, 제가 잠복결핵 환자임을 알게 된 케이스입니다. 처음엔 검사결과가 잘못 나온 건가 싶어서, ‘양성’이란 두 글자를 한참 들여다 봤어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한 20여년 전에 제 동생이 결핵을 앓았던 적이 있고, 격리를 한다고는 했지만 한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제가 잠복결핵 보균자가 됐겠구나 싶었어요.
앞서 설명드렸듯이, 치료약에는 부작용이 있기에, 의사 선생님께서는 치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제가 선택하라고 하셨어요.
집에 와서 검색을 하면 할수록 부작용 사례가 꽤 있어서 걱정스럽더라고요.
근데, 제가 더 나이들어서 면역력이 약해지면 제 안에 숨어있던 결핵균이 실제 결핵으로 발병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또 잠복결핵 환자로 만들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까,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결심이 서더라고요.
제가 내원했던 병원은 리팜핀만 4개월 복용하는 방법을 기본으로 하셨어요. 굳은 결심으로 치료를 시작했지만, 제게도 부작용은 나타났습니다.
9일차 : 소변 색깔이 좀 진해졌습니다. 다른 부작용은 없었어요.
25일차: 자고 일어나니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어요. 심하게 가려워서 피부과를 내원했는데, 잠복결핵약을 복용한지 25일이나 지났는데, 이제서야 부작용이 나타났을 가능성은 낮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다음 날 잠복결핵약을 받으러 가서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약 부작용이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약을 바꾸면 복용일수가 다시 1일차로 리셋이 되기 때문에, 부작용은 중간에 사라질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피부과약을 복용하면서 같은 약으로 치료를 계속할 것을 권하셨습니다.
치료를 괜히 시작했나 후회될 정도로 피부가 많이 가렵고 힘들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만 복용하다가 차도가 없어서 부신피질호르몬제까지 복용하고, 심하게 가려울 땐 스테로이드 로션까지 바르면서 버텼고, 두드러기는 9일쯤 지나자 사라졌습니다.
32일차: 자는데 눈꺼풀이 엄청나게 따가왔어요. 아침에 일어나면서 무심코 눈을 비볐는데 거울을 보니까, 눈이 잘 안 떠질 정도로 눈이 많이 부었더라고요. 이것도 아마 약으로 인한 피부 가려움증의 일부였을 것 같아요.
43일차: 드디어 모든 부작용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120일차: 아침에 드디어 마지막약을 복용했습니다. 오후에 마지막으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객담검사(가래를 채취해서 그 속에 결핵균이 있는지 보는 검사)를 했습니다.
잠복결핵치료 확인서를 국문본으로 발급해주셨습니다. 영문본으로 발급은 어렵다고 하셨어요. 치료를 마쳤지만, 앞으로도 잠복결핵검사를 받으면 제 몸안에 남아있는 소량의 결핵균 때문에 계속 양성으로 결과가 나올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치료 확인서를 보여주면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는 저처럼 잠복결핵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할것인가 말것인가 고민 중이신 분도 계실 것 같아요.
일단 잠복결핵은 활동성 결핵이 아니기 때문에 위축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나에겐 부작용이 안 나타날 것이다…하는 낙관론 보단, 나타날 수 있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많이 힘드실 수도 있다고 미리 맘을 단단히 먹으시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거예요.
특히 가족이 있으시다면, 가족들이 나처럼 잠복결핵 환자가 돼서 이 고생을 하지 않게 하려면, 내가 이 치료를 받는 게 낫지 않겠냐고…그 생각을 하시면서 치료의 어려운 과정들을 잘 견뎌내시길 바랍니다.